Saturday, March 10, 2007

학생들

내 강의를 듣는 학생들에게 왜 듣는지 물어봤다.

"재수강이예요. 이번에 졸업반입니다."
"호기심에 들어왔다가 재밌어서 계속 듣습니다." 오옷!
"금요일에 술 안마시려고 신청했습니다."

참고로 내 수업은 화7:40-8:25, 금8:30-10:05

Tuesday, March 06, 2007

옛날 사람들의 별밭

그 시절엔 이 땅이 칠면조 요리 덮개 같은 천구에 덮여 있었다. 그때 사람들은 덮개 너머에 있는 찬란한 세계의 빛이 천구에 송송 뚫린 구멍 틈으로 새어 나오는 게 별이라 생각했다. 물론 더 똑똑한 사람도 있었다. 그리스의 한 철학자는 별이란 허공에 떠 있는 무지무지하게 큰 못생긴 돌덩어리라고 했다. 그가 왜 굳이 시대에 걸맞지 않은 이야기로 분위기를 깨야 했는지 이해할 수 없지만, 다행히 그의 심술도 사람들의 마음을 돌려놓진 못했던 것 같다.

- 진중권, 미학 오디세이

Sunday, March 04, 2007

셈의 결혼



셈의 결혼식 사전피로연과 결혼식 당일 사진 전체를 보고 싶으면 아래를 클릭.
Sem's Wedding

위 파일은 4월 30일에 폭파됩니다. (제가 우리 대학원 계정에 허락없이 올린 거라... -_-)

영구

셈의 결혼식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전철역에 도착하기 전에 영구를 만났다.
자전거를 타고 있던 녀석을 불렀다.

"영구야!"
"아 형. 오랜만이예요."
"너 멋있다. 옷이 잘 어울리는걸" (빵모자에 후드티, 청바지, 자전거가 너무 잘 어울렸다.)
"하.. 형은 좀 옷이 안어울리네요."
"아 그런가;;;"
"옷이 좀 크네요."
"그렇지 모. 하하"

아 맞다. 얘가 바로 영구지.
거침없이 솔직한 녀석!

셈의 결혼과 뒷풀이는 즐거웠슴다.

Friday, March 02, 2007

논자시

오 떨어졌다.

오늘 조인래 선생님이 멋있어 보였다.
학생들한테 별 관심이 없어보였는데,
나름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던 것.
나에게 현재 필요한 것도 잘 지적하시고 말야.

날로 먹는 대학원생에게 경종을!

오늘 구술시험이 있었는데,
사실 구술시험이라기보다는, 필기시험에 대한 면담.

선생님의 평가는

"아이디어는 일정 수준 이상에 있고 전반적인 내용도 나름 잘 소화하고 있지만, 논변이 치밀하지가 못하네. 체질 상 그런 사람이 있는데, 아마도 동욱이가 그런 사람일지 모르겠네. 논문 읽을 때 이해했다고 쉽게쉽게 넘어가지 말고, 끝까지 소화해서 자기 것으로 만들 필요가 있네. 그래야 이런 시험 볼 때나 다른 때에 제대로 써먹을 수 있지."

등등..

납득이 가냐고 묻는데... 너무 잘 납득이 되서 꽤 기분이 좋았음.

어쨌든 이번 기회에 제대로 공부 좀 하세..
날로 먹는 건 이제 그만.

구렁이 담 넘어가는 글도 이제 그만.

하루종일 허둥

폐강된 줄 알았던 강의가 멀쩡히 개강을 해버렸다.
오후 1시까지 전혀 준비를 안하고 있던 난 정말 미쳐버리는 줄 알았다.
논자시 구술시험은 2시부터고..

강의는 숭실대 7시.
전체 강의계획은커녕 다음주 읽을거리도 정하지 않은 상태.

구술시험 마치고 돌아오니 4시.
2,3주 분량만이라도 강의계획을 멀쩡히 세워야겠다는 생각에
책을 이것저것 뒤적뒤적..

결국 6시에야 읽을거리 다 정하고..
다음주 읽을거리를 애들보고 사라고 할 수도 없고..
제본 맡길 수도 없고...

자료실에서 복사를 시작.
복사기는 왜이리 느린지..
6시 43분에야 마치고 마구 뛰어내려갔다.

택시를 잡으려 하니... 택시줄은 엄청 길고...
정문까지 뛰어가다보니 빈 택시가 올라오는게 보여
겨우 탔다. 오 나의 구세주. 6시 50분.

서울대입구역을 지나치는 순간 라디오에서 7시라고 가르쳐준다.
...
강의실 도착 7시 8분.

아무도 없다.
젠장.. 애들 벌써 가버린 건가?

뭔가 이상하다..

강의실 문에 작년 시간표가 적혀 있다.
1교시 8시
...
11교시 8시 30분.
12교시 9시 20분.

뭐 이런 데가 다 있지..
어쨌든 다행..

밥이나 먹자...
밥먹으며 이상하게 불안..
1교시가 아침 8시인데 왜 11교시가 8시 30분이지?
강의 한시간 당 50분이면 오히려 더 당겨져야 하는 거 아닌가?

어쨌든... 뭐가 어떻게든 맞아떨어지나보지..

밥먹고 가보니 주간 강의는 한시간 당 1시간 30분.
6시부터 있는 야간 강의는 한시간 당 50분씩.

아하...

물끄러미 시간표를 쳐다보고 있는 사이..
뒤에서 소리가 난다.

"집에 안가고 뭐해?"
"수업 하나 남았어."
"뭔데?"
"과학사"
"그거 깐깐하다던데.." -_-;

내 수강생인가보다.
근데, 깐깐한 그 선생님은 누구였을까? ㅋㅋ

어쨌든 무사히 첫 시간을 마치고 돌아왔다.

아... 정신없어.

ps) 참고로 오늘 논자시는 떨어졌음. ㅎㅎ